오후의 산책

이번 어버이날, 저는 네 분의 부모님과 영상 통화해요~

장미의계절 2 780

안녕하세요. 예리씨, 방송만 듣다가 처음, 글을 씁니다. 오후에 늘 듣기 좋은 곡들로 한시간을 채워줘서 고맙습니다. 참으로 편안하게 잘 듣고 있습니다. 

 

오늘,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글을 남깁니다. 

5월 8일은 어버이 날이죠?

미국은 머덜스데이도 있고, 파덜스데이도 있는데, 한국은 한 날로 묶어 버렸네요. 이게 더 좋은 것 같아요. 어떤 이는 어머니가 안계신 분도 계실텐데, 머덜스데이가 되면 조금은 슬플꺼 아니예요. 

 

저에게는 네 분의 부모님이 계십니다. 저를 낳아 주시고, 길러 주신 친부모님,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시고, 공부 시켜 주시고, 유학 보내주시고, 지금까지 함께 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십니다. 아, 시댁 부모님들도 계시네요. 

 

제 부모님들의 숫자가 조금 특별하죠?

 

저를 낳아 주신 친부모님은 저를 못 알아 보세요. 물론 서로도 못 알아 보시구요. 교통 사고가 나서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지만 다양한 휴유증으로 30년째, 요양원에 계세요. 그 덕에 저와 오빠들은 친적집으로, 부모님의 친구 댁으로 찢어져 살게 되었어요. 저는 부모님의 친구 댁으로 갔습니다. 

10살도 안되었을 때라서 넉살좋게 그 댁에서 살았는데, 시간이 지날수록 서글퍼지고, 일주일에 한 번 요양원에 가는 것이 부끄러워지고, 힘들어져서 한참 사춘기 때는 한달에 한 번 갔던 것 같아요. 

 

30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, 다 열거 할 수 없지만, 그래도 꼭 나누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, 

 

제 친부모님의 친구분은, 저에게 또 다른 부모님이신 것이 확실하고, 저는 그 분들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 맞습니다. 

왜냐하면 그 분들에게는 친 자녀가 없거든요. 

 

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요양원에 계신 제 친부모님에게는 생명 연장 말고는 더 이상의 회복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, 다시 말하면 부모의 자리에는 있을 수 있지만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, 이 두 분은 저를 법적으로는 아니지만 친딸로 여기기로 작정했고, 그리고 자녀를 낳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. 물론 저는 지금 그 분들의 법적인 자녀입니다. 학교를 다니면서 내야 할 여러가지 서류 때문에 입양의 절차를 걸쳐서 저는 그 분들의 자녀가 되었죠. 다행히(?) 성이 같아서 특별한 불편함은 없었어요. 처음부터 법적으로 안한 이유는 언제라도 제가 그 분들을 곁은 떠나고 싶은 때, 떠나라고, 그 어떤 것도 제 삶을 위해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그 분들의 배려였답니다.   

그 고마움과 그 배려 덕분에 저는 그 분들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 되어서 원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렸고, 많은 사랑을 받았고, 언제라도 요양원에 갈 수 있었고, 찢어져 살던 오빠들하고도 종종 만날 수 있었고, 오빠들이 결혼 할 때, 혼주의 자리에도 당당히 지켜 주셨습니다. 제가 결혼 할 때에도 제 남편에게 제 손을 건네주신 분도 그 부모님이시구요!

 

지금은 이렇게 떨어져 지내지만...유학 보내신 분도 그 분들이라서 ㅋㅋ 살짝 후회하고 계시죠.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저를 보러 바리 바리 이것 저것을 싸서 미국에 오세요. 한 번 오시면 손자 손녀들과 동물원도 가시고, 맛있는 것도 드시러 가시고~ 두 분이서 비행기 타고 여기 저기 구경하러 다녀오십니다. 

 

진짜 제 친부모님처럼 지내세요. 우리 남편도, 아이들도 저에게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, 그리고 1년에 한 번 오시는 부모님의 존재를 모두 알고, 이해하고,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, 스스럼없이 받아 드려서...참 좋아요. 

 

그리고 제가 미국에 오면서부터 5월 8일에 부모님께서 요양원에 가세요. 제 시차를 맞춰서 제 친부모님에게 제가 말할 수 있도록, 몇 년 전부터는 영상 통화가 가능해서 얼굴도 보여 주세요. 물론 그 분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시지만요 :)) 

 

아마도 저는 미국 시간으로 7일 저녁에 네 분의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. 벌써부터 신이 나고 흥분됩니다. 너무나 보고 싶은 제 네 분의 부모님!!! ^^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인것 같습니다. 

 

세상에는 생각보다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. 예상치 못한 사고로 부모님을 잃거나 소중한 것을 잃거나..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마주할 때가 있죠. 그러나 절망하지 않기를 바래요.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잖아요. 저에게는 너무나 큰 구멍이 저에게 허락되어서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지만...그 큰 구멍의 크기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 구멍을 바라 볼 수 있고, 그 구멍이 있음을 확신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. 그러니 버려졌다고 슬퍼하지 말고, 혼자라고 좌절하지 말았으면 합니다. 세상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고, 좋은 이웃들도 많고, 도움의 손길이 사방에 있으니깐요. 사실 제 둘째, 셋째 아이..모두 입양했습니다. 왠지...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. 그래야 부모님의 은혜를 갚고, 부모님의 은혜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. 저 잘했죠?

 

 

Comments

YeRiMuSe
안녕하세요~ 장미의 계절님. *^^*
잘 지내고 계시죠?
어버이날에 올려주신 특별하고도 귀한 사연에 크나큰 감동을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
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 Father's Day를 앞두고 있네요.
모쪼록 6월 18일 아버지의 날에도 네 분의 부모님과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. 0^^0
♬ 행복한 여인♪
늦게서야 이글을 읽게 되었네요....
정말 가슴 시린 사연과 동시에 가슴 뭉클 하네요...
또한 장미의 계절님도 아주 따뜻하시고 사랑이 많으신분 같아용..
한국에 4 분의 부모님과 장미의 계절님~ 항상 건강 하시고~ 행복 하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..
언제나 화이팅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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